보고/들으면서 느낀 바 2가지.

1.

아이돌 음악시장의 음악적 영향관계가 꽤 뚜렷하고, 그보다 놀라운 건 매우 빨라졌다는 점. 이 곡의 도입부는 <Sorry Sorry>와 같은 맥을 짚고 있다. 요즘 이런 언급을 하면 또 무슨 표절이라는 거냐...이렇게 번져서 짜증나는데, 넘어가서. 그 '맥'은 멜로디나 편곡 같은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가사의 운용이다. '한국어 혹은 언어의 질감' 문제와 함께 <Sorry Sorry>는 그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다르게 접근한 곡이다. (SM의 최근 곡들은 이 부분에서 유독 강한데. 샤이니의 <줄리엣> 후렴구도 '달콤히 좀 더 달콤하게' 부분이 우연이 아니라면 내가 종현이 팬이다.)

요점은 <Sorry Sorry>가 잘 만든 신선한 시도의 결과물이고, 그런 신선함이 시장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아이돌 그룹이 음악 시장의 주류이고 최근에는 음악적으로도 재평가되고 있다는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창작 집단과 음악적 필드가 형성되어 자생력을 갖춘 장르가 구축되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도 미리 말해놔야 하는데, 난 아직 <아브라카타브라>가 좋다 어떻다 말 안했다.)

2.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하려면 <아브라카타브라>로 돌아가야 한다. 첫째, 단순한 복제품들의 전시가 이어지는 것 뿐이라면 무가치하기 때문이고. 둘째, 이 곡이 그러한 인식을 깨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도 또 말해놔야 하는데, 난 아직 이 노래가 좋다 어떻다 말 안했다.)

우선 개별의 성취. <아브라카타브라>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와 상관없이 이 노래의 초반 2~3분은 절경이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쓰는 표현으로, '이건 가요가 아닌' 일렉 비트가 넘실댄다. 더 생각 안한다면 이 비트에서 게임은 끝나있다. 여기가 지누의 손이 결정적으로 닿은 부분이겠지만, 아쉽게도 그가 창작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곡은 아닌 듯 싶다. 물론 그렇지 않았으니까 매일 TV에서 이 노래를 볼 수 있는 것.

다음으로 더 큰 차원의 문제. <Sorry Sorry>는 전형적인 한국식 팝/댄스 기반의 곡이다. <아브라카타브라>는 그 곡에서 떨어진 신선한 떡밥을 가져오고, 거기에 전혀 다른 기반의 사운드를 깔고 자신만의 색깔을 얹어서 내보냈다. 이것이 동어반복이 아니고 인상적인 이유는, 현 시장의 흐름을 가져오되 근본적인 장르의 관점에서 모자람이 없는 사운드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하나의 필드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난 <아브라카타브라>가 특정한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시대/시장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 것 뿐이다. 불후의 명곡이 몰아서 쏟아져 나와야 역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옹호/비난 혹은 찬양/안티 말고 그 중간 혹은 그거랑 상관없는 영역도 있다.)

3.

질문 1 :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에 따라 한 순간의 발화인지, 가시적인 역사인지 달라질 것이다. 단순화 하면 '지누말고는 또 누가?' 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이미 소녀시대와 2ne1이 올해 활동한 2곡이 어느 정도 답변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가장 궁금한 광경은 <I don't care>에서 랩을 빼고 박봄 혼자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이야기가 아직 발전도상에 있고, 동시에 아주 빠르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을 전후한 기간은 확실히 다르다. <Tell me>를 지금 들으면 어떤지.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자리 잡으면 언젠가는 <Tell me>를 부를까. 반면에,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08년에 들었던 곡들은 10년에도 이야기될 것이다.

질문 2 : 아직까지는 소위 빅3 기획사 이외의 경우 시장을 형성하되 개별적 성과에서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건 <아브라카타브라>도 마찬가지다. 마치 일부러 그 정도까지만 하고 굳이 더 안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근데 굳이 안 그래도 되는 것 같다. 포미닛이 <Hot issue>로 잘 나가는 걸 보면. 그래도 양심이 없는 건 아닌게, 카라는 DSP가 원래 그런 맛이 있긴 하지만, 한템포 느린 감각에 덧붙여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곡쓰기가 어우려져서 그냥저냥일 따름이다. <Wanna> 대신 <Mister>를 밀었으면 됐을까? 니콜 엉덩이로 해결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