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를 읽는 일은 즐겁다.
그는 좋은 과학자 이기도 하겠지만(!) 나에겐 재미있는 이야기꾼이기 때문이고, 나아가 깊이 새겨져서 쉬이 잊히지 않는 통찰을 남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빈 서판] 이전에 등장해서 스티븐 핑커의 입지를 완전히 굳혀 주었던 [언어본능]은 언어학의 기본적인 학문적 기호들을 동원하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핑커에 대한 믿음이, 실은 이것도 뭔가 재미난 것일테니 일단 한번 따라가 보자는 생각을 갖게 하니까. (혹은 이러한 전문적 서술이 재미를 반감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게임의 규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찌기 핑커가 가지고 있는 인간본성에 관한 기본적인 생각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큰 거부감없이 균형잡힌 태도로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출간 당시 알라딘의 독자리뷰란에서 오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어서는 안되는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리처드 도킨스의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확장된 표현형]의 재앙이나 다름없는 번역본에 비한다면 기꺼이 즐길만하다.
